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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식/맥주집] 경리단길: El Grecos (엘 그레코스) / Urban Vineyard (어반 빈야드)서울 - 강북권 2020. 7. 26. 20:18반응형
연구소 사람들과 급 저녁 번개가 추진되어 간만에 이태원 나들이를 나가게 되었다. 번개를 추진한 O군이 (굳이 영문이니셜을 쓴 이유는 하기에 설명하겠다. 하하) 그리스 음식인 기로스가 먹고 싶다고 하여 미리 찾아 놓은 집으로 출발하였다. 일반적인 퇴근시간보다 10분 일찍 나서긴 했지만 생각보다 차가 막히지 않아 40분 만에 경리단길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향하였다.
1. 엘 그레코스 (El Grecos)
생각보다 매우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다. 뭐랄까 작은 분식집 같은 느낌이 맞으려나? 한분이 요리와 서빙 및 계산을 다하고 계셨다. 사장님일 확률이 높겠지..?
저녁을 먹기에 이른 시간이라고는 할 순 없었음에도 손님이 없어 당황하긴 했다. 차로 가는 길에 전화로 자리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왜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들었으나 이미 결정한 이상 입장하는 것으로 결정!!
가격대가 나쁘지 않다. 딱 미국의 기로스 식당 가격..! 그렇다. 미국에서 그나마 싼 음식이 이 가격이었다..ㅠㅠ
O박사의 냉철한 추진력으로 양고기 기로스 플레이트 (19,000) 1개와 팔라펠 플레이트 (15,000) 1개 그리고 수블라키 피타(10,500) 하나씩을 시켰다. 술을 마실까 했지만 차가 있어 탄산으로..ㅎ 나는 그냥 물을 마시기로 하였다. 왜냐.. 그저께 건강검진을 받으며 체지방 분석을 했는데.. 체지방이 또 1%나 늘었더라..ㅠㅠ
주문을 받고 열심히 음식을 만드셨다. 물을 주지 않아 여쭤보니 셀프라고 한다.
곧이어 주문한 두 플레이트가 나왔다. 팔라펠은 채식자용 고로케 같은 음식인데 훨씬 바삭바삭하지만 뭐랄까 고기가 없어서 그런지 먹다보면 조금 물리긴한다. 오랜만에 함께 나온 허머스도 함께 먹을 수 있다. 팔라펠과 허머스 모두 병아리콩을 주재로 한 음식들이다.
양고기 플레이트다. 역시 양고기는..ㅎㅎㅎ 뭔가 양고기 특유의 향이 잘 느껴지면서도 맛있었다. 확실히 팔라펠 같은 콩으로 만든 것보다는 고기를 넣어 피타와 싸먹는게 맛이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두 플레이트에 함께 나온 소스가 달랐는데 하나는 요거트 소스였던 것 같고 다른 하나는 뭐였더라.. 흐음 여튼 둘다 맛있었다.
피타 역시 튼실하게 잘 구워져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수블라키 피타가 나왔다. 수블라키는 꼬치에 고기나 야채등을 끼워서 파는 그리스식 패스트 푸드라고 하는데 여기는 꼬치에 구워진 치킨을 메인으로 해서 음식이 준비되는 듯 하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대박이다. 치킨이 어떻게 구워졌는지 모르겠는데 육즙이 그득히 담겨져 있으며 불향도 나서 풍미가 어마어마했다. 다들 이게 젤 맛있었다며 칭송을..ㅎㅎ
제일 인기가 없었던 팔라펠을 나의 강요로 다른 분들께 잘 분배해 드려 가득찬 배를 부여잡고 2차 장소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2. 어반빈야드
정처없이 돌아다니나 보니 정말 경리단길 상권이 많이 죽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처음 J 형이 가려고 했던 수제 맥주 호프집은 손님이 너무 없어 다른 곳을 찾아 정처없이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뭔가 운치 있어 보이는 치킨집을 발견하여 다음에 한번 와볼까 하는 얘기도 나눠보고, 유명하다고 하는 중국집도 발견하여 다음에는 여길 가보면 어떻겠냐 하는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미 공영주차장이었다. 이대로 집으로 가기에는 아쉽기도 하여 바로 공영주차장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다행히 맥주도 파는 것 같고 야외 테라스 자리도 마음에 들어 이곳으로 결정!!
엄청난 필기체로 적혀 있어 간판이 눈에 띄진 않았다. 게다가 사진이 흔들리기 까지..ㅠㅠ Urban Vineyard. 도시의 포도농장이라. 와인이 주 메뉴이려나..
가격대가 착한 집은 아니다. 게다가 식사하러 온게 아니라고 하니 점원이 조금 망설인다. 테라스 자리는 식사 손님용인데 라며 사장님께 여쭤본다고 하더니 곧 그냥 앉으시면 된다고 하였다. O군은 운전을 해야해서 오렌지에이드(7,000)를 주문하였다. 나는 칵테일이 먹고 싶어 남산 사파이어(12,000)가 된다고 하니 여자 점원분이 '그게 뭐죠?'라고 하셨다. 순간 당황하여 칵테일인데요....ㅠ 라고 말씀드렸더니 지금 칵테일은 안된다고 하신다.. 어쩔수 없이 J 형과 같은 메뉴인 허그미 (8,000) 맥주를 주문하였다.
굳이 칵테일을 시키고 싶었던 이유는 이 곳 경치가 너무나 좋아서였다. 테라스에서 바로 남산타워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날씨도 선선하니 딱 좋았다.
딱 서울스러운 느낌이다. 우뚝 솓은 아파트 같은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작은 주택이나 빌라들이 오밀조밀하게 몰려있는 그 모습. 좋게 말하면 서울의 스카이 라인은 곡선의 미학이 있다라고 할 수 있으려나. 뭐 나는 부의 불균형이 더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허그미 맥주가 나왔다. 맥주 맛은 그냥..그렇... 역시 그냥 소맥이 최고인듯하다. 가성비도 그렇고..ㅋㅋ
O군의 오렌지에이드. 맛이 어땠니라고 물어보지 않았네. 너에 대한 관심이 이정도였나보다..ㅋㅋ
술을 마시며 별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J형이 내 블로그를 검색으로 찾아냈다는 비보를 전하였다.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터진 것이다. 갑작스럽게 올라온 수치심에 블로그를 폐쇄할까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뭐 꾸준히 보겠어 라는 생각에 ㅋㅋㅋ 그냥 계속 포스팅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튼 그 형이 내 블로그 얘기를 하며 글을 읽으면 이건 누가 썼는지 백퍼알 수 있다는 얘기와 자기 실명이 언급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하여..ㅋㅋㅋㅋ O군의 아이디어로 영문 이니셜을 쓰는 것으로 결정!! 개화기 시대의 한국 현대문학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거참.. 이니셜 얘기를 하다보니 'B사감과 러브레터' 라는 소설 얘기도 나오고 쓰잘데기 없는 얘기로 시간을 보냈다.
한 잔은 아쉬워 다른 것을 주문하려고 보니.. 흐음 이 집 맥주를 마시면 안 될 것 같았다. 점원 분이 다른 마실 걸 드릴까요 라고 여쭤보기에 여전히 칵테일은 안되나요? 라고 여쭤보니 엄청 호탕하게 웃으시며 원하시는 거 얘기하시면 부탁드려보겠다고 하였다. 뭔가 친절한 호의에 감사드리면서도... 이럴꺼면 메뉴판을 왜 만들어 놓은거냐는 혼란스러움이 함께 머리속을 휘감았다. 그나마 가장 간단한 모히토(12,000)를 마시기로 하였다.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 ㅋㅋ 모히토는 당밀을 발효시켜 증류한 럼주에 라임쥬스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어려운 음료가 아니라 금방 나왔다. 아까는 안보였던 남자 점원분이 만들어 주신듯 하다. 여자 점원분은 몇 번 얘기를 나눠보다보니 외국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어가 살짝 애매하게 예의바른 느낌이었나보다.
O군에게는 물을 주었다. 사실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O군이 이것도 찍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여...ㅠ 그러게 나는 아직 블로거의 자질이 부족한가봐..
3. 마치며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 만큼 행복한게 있을까. 갑작스럽게 잡힌 저녁번개로 인해 여러 업무들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정말 바쁜 하루였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이 있어야 바쁜 하루하루를 인고하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여튼 맛있는 식당 소개해준 O군 고마워! ㅋㅋㅋㅋ 아 그리고 J형과 지하철로 올라가는데.. 항상 타던 지하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로 타고 여기까지 와서 인지 모르겠으나..정말 힘들더라..ㅋㅋ 왜 차 있는 애인이 소중한 존재인지 순간 또 깨달음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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